12월이면 공주교도소기독교선교회(공주교도소선교회) 주최로 공주교도소 안에서 수용자 ‘찬양경연대회’를 개최한다.
이 행사는 매달 예배와 상담, 영치금 등으로 섬기며 봉사하는 공주교도소선교회 회원들이 1년 동안 하늘 농사를 마무리하고 씨 뿌린 자와 열매 맺은 자와 추수하는 자가 함께하는 기쁨의 자리였다.
민원실에 대기해 있던 선교회 회원들과 함께 교정직원의 친절한 안내를 받으며 행사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신분증과 핸드폰을 예치하고 여리고 성문처럼 높이 솟은 커다란 정문 옆에 작은 출입문을 통과하자 뒤에서 철문이 잠겨지는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폐쇄된 공간에 갇히는 듯한 공포감이 밀려왔지만, 한편으로는 잠시나마 와이파이 그물망에서 벗어난 자유인이 되었다는 생각에 홀가분한 느낌이 들었다.
몇 개의 문을 지나고 문턱 넘기를 거듭하며 찬 기운과 적막감이 버티고 있는 미로 같은 통로를 얼마쯤 지나자, 문틈으로 사람의 온기가 스며 나오는 곳에 다다랐다. 익숙치 않은 환경에 다소 긴장이 되었지만, 애써 태연함을 유지하며 교도관의 안내에 따라 선교회 회원들과 함께 푸른빛으로 반사된 공간을 가르며 맨 앞에 지정된 좌석에 자리를 잡았다.
행사에 앞서 교도소선교회 주관으로 드린 12월 정기 예배는 회장인 이성구 장로(공주중앙감리교회)의 사회로 조철호 목사(은혜순복음교회)의 기도, 백송학 목사(유구제일교회)의 설교, 서성철 목사(세소망우리교회)의 축도가 있었다.
교도소 안을 가득 메운 찬양의 향기
2부 찬양경연대회 순서를 맡은 공주교도소선교회 간사인 김진인 목사(참좋은교회)가 단상에 올라와 ‘할렐루야’를 외치자 수용자들이 ‘아멘’으로 화답한다.
김 목사는 간사로서 교도소 내의 행사를 수년동안 감당하다보니 수감자들과 소통이 잘 되는 듯했다. 이어서 찬양경연대회의 취지와 출전하는 팀, 심사위원과 심사기준, 시상품 등을 소개한 후 바로 경연대회가 시작되었다.
첫 출연자가 “주안에 있는 나에게”를 악보도 없이 4절까지 감정과 음정을 조절하며 막힘없이 부르고 들어간다.
무대에 오르면서 손을 높이 들고 할렐루야를 외치며 인사를 하는 출연자는 “아무것도 두려워말라”를 정성을 다해 부르는 모습에 세상의 험한 풍파 속에서 주님을 의지하려는 믿음의 고백이 절절히 담겨있는 듯했다. 이어서 40대 트리오가 다정한 눈빛으로 속삭이며 마이크 앞에 서는데 느낌이 범상치 않아 보인다. “주님 다시 오실 때까지”를 잔잔한 미소를 머금으며 아름다운 화음으로 노래한다. 수용자들과 심사위원의 시선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듯했다. 잠시 후 큰 박수가 터져 나오며 사회자가 다가가 질문을 한다. “얼마나 연습을 했나요?” “한 달 꼬박했습니다.” 다시 오실 주님을 향한 간절한 사모함과 마음 깊은 곳에서 풍겨나는 생명의 향기가 곡조 속에 촉촉이 스며있는 듯했다.
듀엣 출연자가 “주의 사랑이 지금 우리와 함께하네…, 내 마음 깊은 상처를 고쳐주시네…”라는 가사가 들어 있는 곡을 나지막한 선율로 쏟아낸다. 열두 해 동안 자신의 아픈 상처를 감쌌던 여인의 손끝이 주님의 겉옷 자락으로 향했던 것처럼 상한 심령과 통회하는 마음 끝이 그분을 앙망하며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달려가고 있는 듯했다.
은혜의 선율에 믿음의 고백을 담아
3명의 참가자가 손을 높이 들고 할렐루야를 외치며 마이크를 잡는다. “반드시 네가 너를 축복하리라” 힘차고 경쾌한 리듬으로 찬양의 소리를 높이자 함께한 모든 이들이 손뼉을 치며 호흡을 같이한다.
겉 사람은 비록 매여 있지만, 진리 안에 있는 속사람은 서로 자유하며 사랑의 삼겹줄로 동이고 있는 듯했다. 젊은이와 중년으로 구성된 출연자는 자신들은 동료의 머리를 자르고 다듬는 일을 봉사한다고 소개하고는 “우리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여…”를 힘차게 부르며 장내 분위기를 뜨겁게 달구자 함께한 이들의 신앙 체감 온도가 급 상승하는 듯했다.
삼인조 출연자는 “주님 어떻게 할까요~ 벌거벗은 이 몸~ 의의 옷 입혀주시고~주의 말씀 듣게 하시고~ 진리가 메마른 이 세상에 주의 복음 전하렵니다” 가사가 있는 곡을 아름다운 화음을 구사하며 찬양을 할 때 가사 한올 한올에는 찬송하는 이들의 믿음의 고백과 소망의 인내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듯했다.
믿음을 가진 지 1년밖에 안 되었다고 소개한 듀엣 출연자는 “여기에 모인 우리”를 부르는데 출발부터 음정은 산으로 향하고, 박자는 바다로 달려가고 있었다. 반주를 이탈하고 악보를 탈선한 채 이정표 없는 오선지 위를 무한 질주한 후에 가까스로 멈췄다. 관중들의 함성과 우레와 같은 박수 세례가 터졌다. 작은 믿음으로 큰 역사를 일으킨 것이 분명하다.
마지막 출연자는 “너의 가는 길에 주의 평강 있으리니~ 너의 걸음걸음 주님 인도하시리~”를 부르고는 “예수 믿으세요!”라고 큰소리를 외치며 무대를 내려갔다.
가장 소중한 선물은 주님의 은혜
시상을 하는 시간이다. 1등은 박스 4개, 2등은 박스 3개, 3등은 박스 2개가 시상품이다. 큼직한 박스에 뭐가 들어있는지 궁금했다. 성적이 발표되고 입상팀을 시상할 때마다 함께 열광하며 환호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맨 마지막 1등 한 팀이 발표되자 한사람이 나와서 시상품인 박스 4개를 거뜬히 들고 들어간다. 알고 보니 박스 안에는 가벼운 컵라면이 들어있었다.
몇 날, 몇 주, 몇 달을 애쓰고 수고하며 연습한 것에 대한 시상품이 너무 빈약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교도소선교회가 안고 있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좀 더 깊이 접근한 후에야 시상에 대한 부분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공감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출연자들은 시상품보다도 주님의 은혜를 더 사모하는 듯 했다.
수용자들과 한맘 되고 한 몸 되어 찬양하는 동안 생기가 호흡 되고, 생명이 전이되고, 생수 같은 기쁨이 샘솟는 듯했다.
예수님께서 육신에 갇힌 자가 되셔서 이 땅에 오심은 육신에 갇혀 사망권세에 묶여있는 인생들을 구원하시기 위함이었던 것처럼, 선교회원들이 매달 스스로 갇힌 자가 되어 담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갇힌 자들에게 생명의 복음을 전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며 최상의 통로이기 때문이다.
찬양대회 속에서 드러난 수용자들의 영감있고 수준있는 찬양의 아름다운 열매를 보면서, 수십 년 동안 외진 곳 그늘진 곳에서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얼굴도 없이 모양도 없이, 봉사의 길, 섬김의 길, 헌신의 길을 달려온 공주교도소기독교선교회의 아름다운 사역이 수용자들에게 든든한 믿음의 버팀목이 되고 있음을 새롭게 느끼고 경험하는 기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