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살에 품은 꿈 44살에 펼치게 돼
안수자 15명 중 목원 동문은 12명
삼남연회 동문회에서 축하금을 전달할 예정
바야흐로 연회(年會, Aannual Conference) 시즌이다. 서울, 중부, 남부연회를 시작으로(4월 23일~24일) 호남선교연회(4월 29일~30일)와 미주자치연회(5월 7일~8일)까지 계속해서 감리교회의 대잔치가 벌어진다. 연회의 하이라이트는 무엇일까? 필자의 생각으로는 수고의 땀과 눈물의 기도로 목양에 전념하다 정년은퇴를 하는 은퇴찬하식도 기립 박수를 받아 마땅하고, 지방회 내 개체교회를 신령상 및 행정상 정황을 시찰하는 새로운 감리사를 선출하는 과정도 초미의 관심사이지만, 갈수록 사명감이 약해져 가는 시대에 하늘의 부름을 받아 신학대학과 신학대학원을 묵묵히 졸업하고 서리와 준회원 과정고시와 자격심사를 가슴을 졸이며 통과하고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안수를 받는 목사안수식이 아닐까 생각한다. 목사안수식에는 은퇴찬하식처럼 모두를 숙연하게 하는 감동이 있고, 감리사선출처럼 주인공을 축하하는 박수도 넘쳐난다. 삼남연회도 4월 25일(목)에 영광스러운 목사안수식을 거행한다. 이번 연회 때 목사와 선교사로 안수를 받는 이는 총 15명인데 이중 12명이 목원 동문이다. 선배들이 후배들을 사랑으로 이끌어주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후배들이 어려운 연회를 마다하지 않고 따라왔기 때문이다. 삼남연회 동문회에서는 안수 받는 후배들을 위해 목사안수 축하패를 주거나, 축하금을 전달해왔다. 삼남연회만의 끈끈한 모습이다. 혹자는 삼남연회를 선교지라고 하지만 필자가 보기엔 정(情)교지가 맞다.
목사로 안수 받는 이들마다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있지만 이중 95학번인 이은호 전도사가 눈에 뛴다. 이 전도사는 ‘PK(Paster’s Kid)’다. 목회자 자녀는 태어나면서부터 준 성직자의 삶을 강요받는다. 아버지가 목사지 나는 평범한 아이인데도 불구하고 말 한마디 행동 한 가지를 반듯하게 해야 한다. 엄청난 스트레스다. 풀러신학교 카메론 리(Cameron Lee) 교수는 이를 ‘유리 집’ 또는 ‘어항증후군’이라고 말했다. 목사 가정은 일거수일투족이 주변 사람들에게 다 보이기 때문이다. 사춘기 청소년이 이런 억압된 현실 속에서 개성 있게 자라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 옛날 두더지 게임을 할 때 망치로 두더지를 때리면 다른 두더지가 튀어나오듯이 강요하면 할수록 럭비공처럼 예측불허로 튀기 일쑤다. 이 전도사도 청소년기를 방황하며 보냈다. 이 전도사는 아버지의 권유로 선교학과에 입학했다. 강의실에 앉았지만 눈동자는 흐리멍덩했다. 그러다 가슴에 불을 붙여주는 목사를 만났다. 선화교회(현 하늘문교회) 부목사로 대학부를 지도하던 서길원 목사가 방화범(?)이었다. 이 전도사는 2학년 때 ‘청년들이여 비전을 가지라’는 설교를 듣고 어떤 비전을 품을까 기도하던 중, 3학년 때 청소년 목회에 대한 소명을 갖게 되었다. 이 전도사는 상처 입은 치유자(The Wounded Healer)처럼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예수님의 사랑으로 품어주었고 예수님의 생명을 나누어 주었다. 부흥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이 전도사는 공동목회를 꿈꾸며 M. Div. 로 입학한 박영돈 전도사와 결혼했다. 박 전도사는 부산 온누리교회에서 수련목으로, 이 전도사는 같은 교회에서 교육전도사로 사역했다. 이 전도사는 가정도 꾸리고 교육전도사로 섬기다 보니 수련목 기회를 차일피일 미뤘다. 이 전도사는 임신을 하였고 둘째까지 출산하다 보니 청소년 목회에 대한 비전보다 칭얼대는 두 아이를 안아주기 바빴고, 안수 받고 부산 세광교회에서 담임목회를 하는 남편을 도와 사모의 자리기를 지키기도 벅찼다. 이 전도사는 사명과 현실 속에서 허우적거렸다. 청소년 목회는 아련한 기억처럼 멀어졌다. 2012년에 선한목자교회 유기성 목사의 아내인 박리브가 사모가 삼남연회에서 ‘사모세미나’를 인도하였다. 박 사모는 ‘사모님들은 사모님도 목회자라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도전했고, 이 전도사는 사모도 목회자라는 정체성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전도사는 사모도 목회자라면 목사 타이틀 없이도 사모 목회를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2013년에 ‘복음학교’를 접하고 지금까지의 비전이 성공을 꿈꾸던 욕심은 아니었는지 반성하게 되었다. 이 전도사는 목사 안수의 꿈을 접고 ‘오직 복음으로만’ 살기로 작정하였다. 누군가 인간의 끝은 하나님의 시작이라고 했던가? 이 전도사가 모두 내려놓았을 때 하나님이 일하기 시작하셨다. 2015년에 수련목 시험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공부를 그만둔 지 10년이 지난 때였다. 목사보다 사모가 더 어울리고, 청소년 사역자보다 엄마가 더 익숙하고, 신학용어보다 교회생활이 익숙하던 때였다. 이 전도사도 목사안수를 내려놓았고 주변 사람들도 ‘이제 와서 뭐하러하냐’며 만류했지만 하나님이 몰아붙이셨다. 하나님은 수련목 시험을 도와줄 지인을 붙여주셨고 남편도 외조에 힘썼다. 이 전도사는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하였다. 할렐루야~
이 전도사는 삼남연회 8층에 있는 부산청년관에서 수련목으로 사역하고 있다. 청년들을 리더로 세우고 청년회가 활성화되도록 힘쓰고 있다. 2016년에 J-Ple(제이플) 찬양단을 만들어 부산에 사는 감리교 청년들을 주 1회 모아 기도와 말씀을 지도하였고, 찬양 연습을 할 수 있게 장(場)을 만들어주었다. 지금 제이플 찬양단 멤버들은 본 교회로 돌아가 청년관 주관으로 예배도 드리고, 집회에서 찬양 인도도 하고 있다. 2017년부터 올해까지 청년연합 임원수련회를 하였고, 청년연합 집회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다. 또한 삼남연회의 청년 회장단을 조직하고, 부산 동서남 3개 지방의 청년회장들과 함께 청년연합사역을 펼치고 있다. 이 전도사는 “엘리야 시대에 바알에게 무릎 끓지 않는 칠천 명을 남기시고 그들을 통해 하나님께서 일하셨던 것처럼 지금의 청년들은 이 세대의 그 칠천 명이라고 여겨집니다. 청년들이 살아야 그 청년들이 다음세대를 살리고, 그 청년들이 청장년으로 올라가야 청장년들도 활성화 되고, 침체되어 가는 한국교회도 살아난다고 생각합니다.” 라고 말했다. 이 전도사는 22살에 받은 청소년 목회의 소명을 44살에 안수 받고 본격적으로 펼치려고 한다. 이 전도사는 주님이 주신 비전과 꿈인 1020 세계복음화, 청소년 부흥강사 양성, 청년연합 사역을 통해 다음세대를 살리는 일들에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주님은 저 하늘에서 자기 백성들이 뭐하는지 구경하는 방관자가 아니라 자기 백성들의 삶 속으로 들어오셔서 쓰시기에 합당하도록 빚으시는 토기장이시다. 물기를 머금은 진흙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르게 빚을 수 있지만 불에 구워낸 옹기는 마음에 들지 않으면 깨뜨릴 수밖에 없다. 우리가 순종할 때 주님은 하나님 나라를 위하여 맞춤형으로 사용하신다. 주님이 이 전도사 아니 이은호 목사를 어떻게 사용하실지 기도하면서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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